딸랑-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 저마다 대화를 하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사이로 순영이 자리를 잡는다. 조끼 정장을 입고 나비넥타이를 한 종업원이 차림표를 내민다. 순영을 차림표에 적힌 꼬부랑 글씨들을 힐긋 보고는 종업원에게 대놓고 묻는다. "여기 잠이 안 오게 하는 가배*라는 음료가 있다고 하던데, 그거 한 잔 주시게." *가배(咖啡)...
원우의 집을 박차고 나온 민규는 몇 발자국 가지 못하고 후회했다. 언제나처럼 끼니를 거르는 원우에게 속상했던 것도 있었지만, 원우의 차가운 말 한 마디에 그만 쿵- 떨어져버린 심장이 너무 낯설었다. 그 감정에 저도 모르게 모진 말을 해버렸다. 찰나의 순간 원우의 당황한 기색이 느껴졌지만, 제 감정이 앞서 자리를 박차고 나와버린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평생...
BGM : 안예은 - MR. MYSTERY 바스락- 칠흑같이 어두운 새벽, 순영이 잠든 창문 너머로 옆집 남자가 귀가한다. 항상 비슷한 시간대에 귀가하는 그 남자. 생김새가 멀끔하고 웃는 얼굴이 맑은 남자다. 대체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알 수가 없지만 언젠가 마주친 그 얼굴은 순영은 기억하고 있다. '오늘도 귀가가 늦네' 순영은 저도 모르게 그 남자의 ...
"레디- 액션!" 조그만 캠코더를 손에 든 민규가 원우를 향해 소리친다. 꽤나 진지한 모습에 원우는 속으로 살풋 웃는다. 그러나 표정은 연기에 집중한다. 순식간에 몰입하는 원우의 모습을 뷰 파인더로 보며 민규는 알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 민규와 원우 둘이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는 소식은 같은 수업을 듣는 동기들은 물론 교수님 마저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 ...
- 어젯밤 "끄읕-" 노트북을 덮고 민규가 기지개를 쭈욱 뻗는다. 가뜩이나 긴 팔과 긴 다리가 마치 주욱 늘어나기라도 하듯이 뻗어나간다. 맞은편에서 과제를 하던 원우는 그런 민규를 흘깃 바라보고는 다시 제 과제에 집중한다. 거의 비슷한 과목을 듣고 있어 과제도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던 둘은 대부분의 과제를 함께 했다. 원우의 과제도 얼추 비슷하게 끝나가고 있...
밝은 햇살이 굳게 닫힌 암막 커튼을 비집고 침대 맡에 내리쬔다. 어지러이 뒹굴고 있는 옷가지와 좁은 침대 속 두 사람. 180이 넘는 장신의 두 사람이 속옷 바람으로 한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이 퍽 멜랑꼴리하다. 커튼 새로 들어오던 햇빛이 이내 원우의 눈가에 비친다. 곤히 자던 원우가 눈살을 찌뿌린다. 햇살을 피해 돌아눕다 크고 몰랑한 온기가 손을 타고 전해...
BGM 추천 : 장산범 - 로엘 커버(원곡 : 50mang - 장산범) https://youtu.be/XyGa48K1jJI ※ 주의 : 공포, 징그러운 표현들이 있을 수 있으니 내성이 없으신 분들은 실눈으로 보시길 바랍니다. 또한 추천드린 영상의 음원과 함께 들으시길 추천드립니다! 장산범 : 부산 해운대구 장산에 나타나는 흰 털의 거대한 형체의 미확인 생물...
신입생 환영회 이후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원우는 지방에서 올라와 학교 근처에 자취를 했고, 민규는 부모님과 함께 살았지만, 학교가 가까웠다. 같은 학년이라 겹치는 과목도 많았던데다가, 항상 사람을 몰고다니는 민규는 혼자 다니는 원우를 보면 주인 만난 강아지처럼 만사 제쳐두고 달려가곤 했다. 그때마다 원우는 엉겨붙는 민규를 떼어내느라 애를 썼지만. 어느...
연극영화과 김민규, 전원우 연극영화과에서 이 둘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워낙 잘생기기로 유명하기도 하고 성적도 수석과 차석을 다투다 싶이 하는 둘이 매일 같이 붙어다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둘은 정반대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김민규는 사람 좋아하고 밝고 친근한 매력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전원우는 내성적이고 조용하며 차갑게 생겨서 다가가기 힘든 ...
이상하다. 이 시간대 쯤이면 '원장님~'하는 준휘의 목소리가 들려야하는데, 하루종일 문지방이 닳도록 찾아오던 준휘가 요 며칠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오늘 출근을 안 했나, 어디가 아픈가, 무슨 일이 있는건 아닌가 별 생각이 다 드는 명호였다. 덕분에 수업에도 집중을 못 해서 학부모가 참관이라도 했다가는 수강생들이 대거 그만둘 판이었다. 물론 학부모들은 이...
"여보세요? 한솔아. 형인데, 형이 지금 너무 급해서 그런데 형 좀 도와줄 수 있겠냐?" 간만에 휴일이라 승관이네 집에서 뒹굴거리며 티비나 보고 노닥거리던 한솔이 다급한 승철의 전화에 놀라 벌떡 일어난다. 제 무릎을 베고있던 동그란 머리의 무게가 사라지자 승관이 의아하단 듯이 묻는다. 항상 평온하던 한솔이 보기 드물게 당황하며 안절부절한 모습에 승관도 덩달...
승철의 집 주차장으로 들어온 차에서 완전 무장을 한 승철과 정한이 내린다. 그리고 빠르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간다. 올라가는 내내 둘의 손은 이어져있다. 승철의 집 현관 앞에 도착해 승철이 초인종을 누른다. 띵동- "엥? 승철씨 비번 잊어버렸어요? 자기 집 초인종을 왜 눌러요. 진짜 웃겨. 큭큭" 정한이 제 집 초인종을 누른 승철이 황당하다는 듯이...
늦게 배운 덕질이 무섭다.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