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우씨, 원우씨?" 매니저가 물기가 송골송골 맺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원우를 몇 번이고 부른다. 원우는 멍해져서는 매니저가 부르는 소리도 못 듣고 생각에 잠겨있다. 아직 메이크업 전인 얼굴에 차가운 플라스틱 컵을 들이밀자 깜짝 놀라 몸을 뒤로 무르는 원우. "아, 미안. 놀랐어요? 하도 부르는데 대답을 안 하길래. 긴장되서 그래요?" 사과하며 건네는...
땀이 삐질삐질 나던 여름날, 매미소리가 삐융스- 삐융스- 울던 날, 민규는 입소했다. 원우는 애써 씩씩하려는 까끌해진 밤톨머리가 기특하고 한편으로는 아쉬워 민규의 뒷통수가 닳도록 매만졌다. 훈련소에 부모님이 오셔도 배웅하러 오라는 민규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원우는 전날 민규와 애달픈 작별 인사를 했다. 이제까지 잘 참아왔는데 어쩌면 훈련소에서 뒤돌아서는 민규...
열 평 남짓 크기의 원룸에 마주 앉은 둘. 적막한 공기가 흐른다. 차마 두 시선은 마주보지 못하고 허공을 맴돈다. 원우의 시선이 먼저 민규에게 닿는다. 열흘 간 마음고생을 했는지 민규 특유의 활기가 없이 축 쳐진 모습이 제 탓 같아 안쓰럽다. 얼굴도 까칠하고 살도 좀 내린 것 같고. 제 꼴은 생각도 안하고 민규 걱정이 앞선다. 그리곤 이내 허공을 맴도는 민...
"아무래도 나 차인 거 같지....?" 미진과 마주 앉은 민규가 반쯤 꼬인 혀로 또박또박 발음하려 애쓴다. 얼굴은 발그레해져서는 눈까지 풀리기 일보직전이다. 생긴 건 참 멀끔하게 잘 생겼는데 말이야. 이런 놈이 왜 이렇게 찌질하게 날 붙잡고 하소연을 하고 있냐는 말이야. 그것도 지가 군대가는 거면서. 양심도 없는 새끼. "야, 너만 군대가냐. 내 남친도 군...
"오늘 모신 분은 충무로의 떠오르는 신인, 전원우 배우님입니다! 반갑습니다~" 수많은 카메라 앞 말끔한 수트를 입고 원우가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옆 자리에 앉은 연예프로 리포터를 보며 꾸벅 인사하고는 카메라를 향해 인사한다. 현장 카메라에는 익숙해진지 몇 년 째이지만, 어째선지 방송국 카메라에는 익숙해지질 않는다. "네, 안녕하세요. SVT 연예 시청자 ...
"원우야... 저너누...아... 나 너무 쪽팔린데.... 안 가면 안 될까...?" "씁, 안돼. 저번에 실수한 거 사과하기로 했잖아." 아니... 그래두.... 민규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 핏줄이 도드라진 팔뚝을 만지작대며 머뭇거린다. 그러니까 여기가 어디냐면, 경기도 어딘가의 야외 촬영장이랬다. 원우는 출연하는 씬이 늘어나서 추가 촬영을 하러 온 김에 ...
민원 원우야, 너 요새 진짜 잘 먹는다. 대기실에서 와압- 김치볶음밥을 먹는 원우를 보며 지나가던 스태프가 말한다. 입 안 가득 밥을 넣고 우물우물 씹던 원우가 다른 한 수저를 푸며 스태프를 올려다본다. 다른 멤버들도 스태프의 말에 동조하며 끄덕인다. 맞아- 원우 요새 잘 먹더라. 예전에는 디폴트가 숟가락이 아니라 젓가락이었는데-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던 지...
환기가 잘 되지 않아 연기가 자욱하고 시끌벅적한 고깃집에 세 남자가 둘러앉아 조용히 고기를 굽고있다. 처음에 준휘의 손에 들려있던 집게를 원우가 굽겠다며 쥐었다가 둘의 손이 스치자 민규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굳이굳이 원우의 손에서 집게를 빼앗아 쥐었다. 고기 구울 줄 몰라서 맨날 내가 구워주는 거 받아먹으면서 무슨. 볼멘소리를 곁들이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 ...
"아오, 김민규. 정신없어!!! 제발 가만히 좀 있어!!" 대답이 없는 텅 빈 핸드폰 액정을 하염없이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다리를 달달달 떠는 탓에 옆 자리에 앉아있던 동기 미진이 참다참다 버럭 소리를 지른다. 잠시 쉬는 시간이어서 망정이지 수업 시간이었다간 모두의 시선을 독차지할 수 있는 정도의 성량이었다. "걱정이 되는데 어떡하냐, 그럼. 원우형 낯도 많...
"네? 저희 과제를요?" 짙은 갈색 가죽 소파에 앉은 민규와 원우가 입을 모아 말했다. 맞은 편에 앉은 교수님은 인자한 얼굴로 둘을 바라보곤 앞에 놓인 다기로 차를 우리면서 말을 계속 해나갔다. 적갈색 다기에서 김이 모락모락 났다. "이번에 과제를 아주 잘 해왔더라고요. 엊그제 감독으로 일하는 친한 선배한테 얼결에 보여줬더니 둘을 보고 싶다 하더라고요. 둘...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에 오늘따라 유난히 밝은 둥근 달이 순영의 방 앞 마루에 내려앉는다. 호롱불이 바람에 일렁이며 순영의 책상을 비춘다. 낮에 마신 가배라는 음료가 효능이 있는 모양인지 순영은 자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도 서책을 펴고 앉아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서책의 활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상하리만큼 낮에 본 그 남자의 웃음이 잊히질 않고...
복잡한 강의실 안, 학생들이 자리에 앉아 왁자지껄 떠들고 있다. 그 사이 불안에 떨고 있는 원우와 민규. 민규는 노트북을 켜놓고 수업 직전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있었다. 드르륵- 강의실 문이 열리고 중년의 남성이 강의실로 들어선다. 그의 등장과 함께 강의실은 쥐죽은 듯 조용해진다. "자- 오늘 드디어 단편 영상 발표 날이죠? 다들 잘 해왔으리라 믿습니...
늦게 배운 덕질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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